기적의 자연재배

송광일의 기적의 자연재배

푸른산7364 2016. 2. 19. 13:37

송광일 : 농학박사이자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현장교수인 그는 제자들이 붙여준 '농업의 스티브잡스'라는 별명처럼 올곧이 자연재배를 연구하고 실천에 옮긴 농사꾼이다.

썩지 않는 사과로 유명한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라씨가 직접 방문하여 일본에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하우스 자연재배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자는 2009년 SBS <생명의 선택>에 출연한 이후 많은 언론매체로부터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연구하고 성공한 자연재배 농법을 시장개방과 고령화로 힘들어하는 농민들에게 전파하고자 노력중이다.

저자는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광주광역시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광주광역시 친환경유기농산물 생산자연합회 회장, 광주여자대학교 대체의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신지식인 인증, 신학국인상, 새농민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프롤로그

 

자연재배 농산물로 행복한 건강을 만나자

 

농작물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일반 농산물보다 훨씬 더 맛있고 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재배에 매번 놀라고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때문에 자연재배 농법이야말로 자연생명의 예술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종종 자연재배와 유기농 재배를 비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자연재배와 유기농 재배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물생리학적 개념으로 볼 때 자연재배와 유기농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일반 재배와 달리 유기농 재배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깨끗한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 재배 역시 화학비료를 대신해서 충분한 양의 퇴비를 주기 때문에 비료를 주는 것은 같다. 또한 땅을 갈아 엎어 경작하고 수분 또한 식물의 필요량을 충분히 주며 재배한다.

이처럼 일반 재배나 유기농 재배는 식물이 스스로의 노력없이 사람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생존하던 자연은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부터 게을러지고 나약해지기 시작한다.

식물도 사람이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면 원래의 생존 방식이 그랬던 것인 양 스스로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나약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비료나 수분이 부족해도, 병충해가 발생해도 사람이 돕지 않으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유기농이나 일반 재배 농산물은 결국 고사하게 된다.

 

하지만 자연재배는 퇴비를 포함하여 일체의 영양분을 주지 않는다. 필요한 수분 또한 최소량만을 공급한다. 따라서 일반 재배나 유기농 재배와 달리 식물이 철저히 자력으로 양분을 찾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식물의 생리상태가 적극적인 먹이(흡수) 활동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연재배 농작물은 유기농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뿌리를 만들고 토양과 이온 결합되어 있는 비료 성분을 잡아당기는 등 적극적으로 생존을 위한 먹이 활동(흡착, 흡수)을 한다.

이때 자연재배 농작물에서는 유기농 재배와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체내의 전기값을 올려 부족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전기값 용어에 대한 내용은 5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조직의 강한 결합력이 생기고 작물이 잘 썩지 않게 된다.

일반 재배나 유기 재배에 있어 농작물이 쉽게 썩어버리는 것은 모두 대량 생산해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그것이 혁명이었지만,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시대이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몸으로 건강하게 느껴지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나는 그런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연재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배가 처음부터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반 농지는 사람이 뿌려준 비료 성분을 제거하는 데 2~3년이 걸린다. 비료가 제거되고도 식물들과 공생하는 근권미생물들이 복원하는 데 최소한 3~4년이 더 소요되므로 제대로 된 자연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5~7년이 소요된다. 너무나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자연재배에 성공한 만큼 나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에서 자연재베에 성공한 최초의 농부이며, 나아가 자연재배의 이론적인 바탕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온실 자연재배는 아직 일본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기에 더욱 놀라운 성과라고 자부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자연재배는 유기농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동안 거둔 성과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깨끗하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재배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나아가 먹는 것은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고, 자연재배로 생산된 먹거리는 감동이라는 것 역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자연재배 농산물을 만나는 순간이 바로 행복한 건강을 만나는 것이므로.

2012년 9월

송 광 일

감수의 글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제 자연재배의 놀라운 기적

이문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문화인류학)

 

어떠한 비료도, 농약도, 제초제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그러고도 채소와 과일을 길러내고, 논농사를 짓는다? 심지어는 논과 밭을 갈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제 쌀 수확량은 거의 관행농업의 평년작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건 꿈같은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이미 10여 년의 자연재배 농사를 경험해온 송광일 박사가 쌓아온 노하우이고 실천의 성과란다. 이 정도의 성과는 어디선가 다른 자연재배자들도 이미 달성한 수준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송광일 박사가 그의 자연재배 경험에서 정립한 이론적인 틀은 자연재배 기술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인류의 건강복지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가 처음으로 내놓는 이 책이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지 기대가 된다.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제초제의 폐해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달리 먹고 살 수 있는 식재료를 찾기도 어려웠다. 이 인류문명의 성과를 외면하고 살아갈 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오는날 많이 찾는 친환경. 유기농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란다. 어떤 식재료가 우리 몸에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송광일 박사의 '전압이론'은 안전한 식재료를 추구하는데 귀중한 열쇠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다.자연 상태에서 식물이 생장하는 것처럼 비료 제공과 같은 인간의 영양 간섭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식물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치열한 먹이 활동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식물은 결과적으로 세포조직이 치밀하고 건강한 식재료, 즉 '고전압 식품'으로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전압.저전압 식품의 개념과 함께 송박사가 또 내세우고 있는 '패스트푸드'의 새로운 해석은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어놓고 있다. 즉, 금방 조리해서 먹는 음식, 또는 기다리지 않고도 반 조리된 음식을 즉석에서 마무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이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생산과정에서부터 영양공급이라는 인간의 개입에 의해서 생장하게 되면 식재료로서는 부실하게 생산된 작물이 되고, 그런 재료로 조리된 음식을 모두 '패스트푸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고전압.저전압 식품의 개념과 패스트푸드의 새로운 해석. 나는 이 두 가지를, 자연재배를 다룬 어떤 서적에서도 접한 적이 없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자연재배와 함께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데에 귀중한 지침을 제공해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송광일 박사의 자연재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또 이 책의 출판을 크게 환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인류학자인 내가 왜 자연재배에 관심을 갖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린다. 분명히 말해서 자연재배는 농업분야이다. 또한 문화인류학자의 관심 분야는 인간의 삶, 즉 생활양식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사느냐의 문제는 생활양식 중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고, 이것은 곧 문화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식재료에 기초해서 식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식재료는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과연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담보해줄 만한 안전한 식재료로 생산되고 있는지는 곧 문화현상이고, 문화인류학자가 학문적으로 연구하기에 적절한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식재료를 생산하는 방법의 하나인 자연재배에 관심을 가져왔다.

 오늘날 현대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식량생산과 확보는 실로 경이적이라고 할 만하다. 비료와 농약의 발달에 기초한 과학영농 덕분으로 적어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농업인구로도 전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고, 계절에 상관없이 세계 어디에서 생산된 것이라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함께 우리는 이제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과연 건전한 것이냐에 대한 걱정거리도 얻었다. 비료와 농약이 과다하게 투입되면서 각종 화학물질이 우리의 인체에까지 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 위협적인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날로 늘어나고 있는 각종 질병은 우리 몸이 이런 질병에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OECD 통계에 의하면, 농업 분야의 단위 경작면적당 비료사용량에 있어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을 우려하면서 친환경 농법으로 유기농업을 거론하고 있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이제는 유기농의 세계적인 메카로도 불리는 쿠바의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쿠바의 유기농은 서방의 경제봉쇄로 비료와 농약을 생산,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은 방법인 지렁이 농법에서 비롯되었다. 결과적으로 건전한 식품을 생산하게 되어 이제는 서방으로 식품 수출은 물론이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 있어 결정적인 인푸라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게 되었다.

 

 이런 쿠바의 도시농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2009년 2월 한달간 아바나의 유기농업 현장을 탐방한 적이 있다. 이떄까지만 해도 나는 자연재배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해 하반기에 우연히 TV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자연재배 전문가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기적의 사과'와 함께 송광일 박사의 자연재배 농장이 잠깐 소개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내가 자연재배를 처음으로 접한 계기가 되었다. 이미 10여 년간 자연재배를 해온 이 농장의 작물들이 화학비료나 퇴비,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이렇게 싱싱하고 건전한 식재료를 생산하고 있다니 실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점차 자연재배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이것이 일본에서는 거의 7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전공 분야 연구에서 일본의 문화탐사를 주로 해왔기에, 이를 계기로 자연재배 현장을 탐사하는 데 집중하기로 작정했다. 지금까지 일본 나가타, 아키타, 아오모리, 홋카이도, 도쿄, 간사이 지역의 자연재배 생산, 유통 현장을 두루 탐방하였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자연재배 현장도 탐방하면서, 자연재배가 적어도 식량생산에 관한한 인류문명이 마지막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연재배 현장을 두루 탐방한 바에 의하면, "자연재배에서는 한 가지 통합된 농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에 도달하였다. 물론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제의 자연재배라고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서 토질, 기후 조건이 다르고 또 작물에 따라서도 다르기에 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나도 많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각기 나름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자연재배에 관한 서적들이 적지 않다. 그중 상당부분이 일본의 자연재배 관련 서적을 번역한 것이다. 또한 이런 문헌들과 함께 일본의 자연재배 노하우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하고 자연재배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자연재배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자연재배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순수하게 독창적으로 자연재배 농법을 개발하여 실천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농법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것으로 인정받아 널리 보급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연재배를 유기농과 구분하지 못하거나, 유기농업의 한 분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연재배의 실천 방식이 농장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철저하게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제의 자연재배'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이라면 어떤 길을 택해서 가든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상관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자연재배 현장에서 각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노하우를 모아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 광장 구축하는 것을 내 생애의 마지막 과제로 삼고 노력 중이다.

 

 송 박사를 만난 후로 나는 곧 그의 자연재배 실천 경험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되어 책을 쓸 것을 권해왔다. 송 박사의 자연재배에서는 이 분야의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하고도 특별한 부분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자연재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귀중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광일 박사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연재배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사꾼들과 같이 그도 관행농업으로 농사일을 시작하였고, 축산업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비료와 농약, 축산사료의 문제를 경험하면서 이것이 옳은 길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1983년부터 자연재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니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15년 넘게 혼자서 갖가지 실험을 해온 끝에 1999년에 현재의 장소에 농장을 개설했다고 한다. 그 후 농업에 관한 체계적인 학문 연구를 하기 위해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2002~2010)도 취득하였다.

 

 송 박사는 자연재배의 개념도 갖지 않은 채 이 농장에서 비료와 퇴비를 쓰지 않고, 농약과 제초제도 주지 않고 농사를 지었다. 그의 농사 방식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2008년에는 '기적의 사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자연재배가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한국에 강연왔던 차에 이 농장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송 박사는 그의 농사방식이 자연재배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까지 그는 자신의 농사방식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양생농법'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누구로부터도 자연재배의 원리나 방법을 전수받지 않고 스스로 터득한 그의 자연재배는 실로 놀라운 기술적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는 지금까지도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재배 이론가이며 '자연농법계의 구루'로도 불릴 만한 후쿠오카 마사노부와 카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재배를 알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그들의 책을 접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 퍼머컬처분야에서도 널리 알려진 선구자들이다.

 

 송 박사는 대학원 연구과정에서 생물생리학을 전공했다. 이 학위 과정에서 그가 도달한 전압이론은 아마도 자연재배의 원리와 건강한 식재료의 이해에 귀중한 열쇠를 제공해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이 이론은 모든 물질의 이동은 전압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는 데 착안하고 있다. 예컨대 빨대로 컵에 든 음료수를 빨아들이려면 압력을 높여야만 입에 들어온다. 그런 힘도 없다면 빨아 마실 수가 없다. 식물이 영양을 흡수해서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도 역시 압력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양이 부족할 때는 잔뿌리를 많이 키우거나 영양원을 찾아서 뿌리를 길게 뻗어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식물의 세포조직은 치밀해지고 탄탄해지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생존조건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면서 강인한 식물로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고전압 식품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인간이 비료나 퇴비를 주면 식물은 더 이상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에 쑥쑥 잘 자라기는 해도 병충해에 취약한 식물이 되고 만다. 이것이 겉으로는 잘 자란 농작물 같아 보이지만 세포조직은 느슨한 약체의 식물로, 이런 부드러운 농작물은 벌레들이 공략하기에 좋은 먹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송 박사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농약보다는 화학비료가 더 문제라고 과감히 평가하고 있다. 물론 농약도 나쁘긴 하지만, 비료는 작물을 약체로 만들어서 결국 우리 몸을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농작물은 생산과정에서 비료나 퇴비 등의 영양분을 투입했느냐 여부에 따라서 고전압 식품이 되기도 하고 저전압 식품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자연재배 식재료는 세포조직이 치밀하고 탄탄해서 병충해의 피해를 입지 않거나 극히 적게 입고, 이런 식재료는 사람의 신체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연재배 식품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자연재배 농작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속에 있는 수분이 증발되어 시들고 말라서 결국 과일의 경우에는 딱딱한 고체로 바뀔 뿐이지, 썩어서 냄새를 풍기지는 않는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다. 자연재배 농장 주변에는 버려진 채소나 과일로 썩어서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고전압.저전압 식품의 개념과 관련 있는 또 하나의 개념으로 송광일 박사의 독창성이 엿보이는 것이 '패스트푸드'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금방 조리해서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또는 시간을 들이지 않고 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패스트푸드라고 불러왔다.

햄버거, 도넛, 치킨, 피자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송 박사는 식재료 생산과정에서 자연에 맡겨서 서서히 생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비료나 퇴비 등의 영양분을 투입해서 성장을 촉진시켜서 부실하게 생장한 식재료를 모두 패스트푸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스스로의 힘으로 서서히 생장한 식품을 슬로푸드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패스트푸드는 모두 저전압 식품이고, 이것을 먹는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한 슬로푸드에 비해서 그 효율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삼의 경우에 그 구분이 명확해진다. 즉, 수십 년 또는 100여 년 동안  인간의 눈에 띄지도 않고 자란 산삼은 전형적인 슬로푸드인 반면, 비료와 농약을 주면서 삼밭에서 키운 인삼은 패스트푸드라는 것이다. 물론 양자는 우리가 잘 알듯이 가격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패스트푸드의 개념과 함께 우리가 먹고 있는 식재료를 생각한다면, 관행농업으로 생산된 식재료는 거의 예외없이 패스트푸드에 속한다. 다만 산과 들에서 채취한 야생의 산나물이나 식재료가 있다면 그것들은 슬로푸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행농업으로 생산된 패스트푸드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런 패스트푸드의 개념은 우리 몸에 이로운, 세포조직이 치밀하고 탄탄한 건강한 식품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교훈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